2009년 6월 10일 수요일

송환

 

신념을 지킨다는 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가장 큰 가치를 지킨다는 것과 같다고 본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생명이 가장 중요하지만 인간이 이성적 존재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걸수 있다는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신념을 지키기 위한 개인의 노력은 사실 타고난 의지와 용기, 심지어는 육체적인 강인함마저도 큰 변수가 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념의 가치를 알고 간절하게 원하는 정도에 따라 신념의 흔들림과 모든 것을 한계를 뛰어 넘는 지키기 위한 의지는 차이를 가질 것이 분명하다. 사실 나같이 마음이 약한 부정주의자는 얼만큼 강한 신념에 대한 의지를 가질수 있는 의심스럽기도 하다.

비전향장기수
사실 전형적인 반공교육의 마지막 세대이기도 한 내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진보적인 사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 이상에야 그들의 상황과 속깊은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건 쉽지 않는게 당연하다.
어린시절엔 왜 그들이 그렇게 논린거리가 되어야 하는지도, 아니 사건 자체가 뭐가 문제인지 조차 잘 몰랐으니...

영화는 1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의 비전향장기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92년 우연한 기회로 만난 할아버지를 만나 그들의 삶과 그들의 신념에 대해 쓰면서 이성의 권리와 인간으로써의 권리 그 모든것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있다.초기 조악한 비디오카메라로 제작된 영상과 새로운 세기가 열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순간과 함께 말끔한 디지털 영상으로 촬영된 화면들은 10여년의 세월의 느낌마저 담아주고 있다.
하지만 10여년의 긴 시간보다 더 끔찍한 일생의 절반에 가까운 30여년의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비전향장기수분들의 처절한 그 삶은 촬영된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음에도 이미 노쇠한 할아버지가 된 모습의 흔적속에서 선명하게 찾아 볼수 있었다.

 

 

그분들이 정말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는 알수 없다. (영화속에서도 그부분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한 할아버지의 말마따나 '서방의 외세에 간섭을 벗어나 민족의 힘으로 통일을 하자는 말을 하기 위해 내려왔다가 말한마디 못하고 20여년을 감옥에 살다 나온' 것일지도 알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느낄수 있는건 어릴적 내가 보고 느낀 끔찍한 살인마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파괴시키고 우리를 해하려 하는 끔찍한 괴물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진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기심과 자신의 철저한 이익을 위해 내려와 그것을 지키겠다고 30여년의 세월을 기약없이 감옥에서 보낸 사람들의 모습을 아니었단 것이다. 적어도 그분들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믿고 그것을 위해 젊은 시절과 가족과 즐거움 따위를 전부 미련없이 희생하였다.

모두를 위한 가치이자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굳게 믿은 그들은 자신의 북한에서의 지위와 가족들 마저도 그것을 위해 가감하게 버릴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놀라운 신념이다.

 

분하거나 억울하다고 눈물한방울 흘리지 않으며, 환락적이고 자극적인 남한의 모습을 보고 안락하고 오염되기 보단 타락하고 허영에 가득찼다며 비판하고 부의 양극화가 얼마나 비극적인가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하여 지적하는 모습은 그 어느 젊은 학생들보다 열정이 가득하였다. 행동하나와 말한마디 한마디속에서 현학적인 표현을 구사하는 모습은 실로 괴물과 같은 간첩의 모습이라기 보단 열정이 넘치는 학생들과 같아보였다.


나는 북한체제의 이념적 모순과 구조를 결코 옹호하지 않는다. 북한은 더 이상 평등한 노동의 신성함을 지키는 사회라기 보단 누가 보아도 종교적 숭배로 가득차버린 독재국가의 양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분명 옳지 않고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 모두가 어리석은 사상에 빠져 길들여진체 이용당하는 '지옥과도 같은 곳' 이라는 편견을 가지지도 않는다.

그곳에도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믿음과 장점을 믿고 바꿔가면서 나아갈려고 하는 이들이 존재할수 있다는 사실을 어느정도는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적어도 자신들의 신념을 지킬줄 안다. 그들은 자본의 논리에 이용당하며 서구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기생한체 휘둘린체 허영과 허세에 길들여지는 모습으로 살아가진 않는다.

그분들의 신념은 우리의 어리석음과 문제점을 깨닫게 해 주었다.

 

어쩌면 그분들의 송환이 아쉽고 그리운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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