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특징은 스폰지와도 같은 흡수력과 너무도 깔끔한 재활용일 것이다. 그들은 서구대중문화의 흐름을 놀라운 정도로 빠르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걸러낸 후 다시 다듬어서 세상에 내 놓는다. 일본의 이웃국가로써 불편한 역사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본시장에 대해 적지 않은 동경을 가지고 부러워 하는 것의 본질은 아마도 이런 부분이 크게 작용 할 것이다.
이처럼, 일본음악계는 문화적 환경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기반을 잘 흡수하고 만들어내어 단순한 복제품이 아닌 새로운 것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문화적 기틀을 만들며 전세계적인 커다란 음악시장을 만들어 왔다. 또한 전혀 다른 토양의 지리적으로 먼 아시아에서 태어났지만, 그들이 생산해 내는 것은 본질이 매우 정통성에 가깝고 형식과 센스는 도리어 거만할 만큼 탁월하여 일본의 내부적인 시장의 내실과 견고함을 만들어 감과 동시에 세계음악시장에 영향력을 제시하는 한 부분을 가지게 되는 기반을 만들어 내었다.
스스로들이 감히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본토의 음악들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창조해내어 이끌어 갈려고 하는 일본음악시장의 ‘거만한’ 행보는 “류이치 사카모토” 같은 거장의 음악가부터, ‘시부야케이’라는 명칭을 이끌어 낸 일본 라운지 팝의 선구자였던 “피치카토 파이브”, 샘플링의 여왕으로 불리며 다양한 음악적 클리쉐들을 혼합하여 새롭게 창조해 냈던 샘플링의 여왕 “치보 마토”, 추상적인 인스트루먼트 힙합음악시장을 창조해 낸 “DJ Krush” 등과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댄스음악의 원흉과 같은 소울(Soul)음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이끌어내기 위해 등장한 “크로마뇽(Cro-Magnon)”이라는 또 하나의 ‘괴물’이 그 뒤를 이어 탄생하였다.
1996년, 미국 보스턴에서, ‘오타케 시게카즈(드럼)’, ‘코스가 츠요시(기타, 베이스)’, ’카네코 타쿠미(키보드)’의 세명의 일본 젊은이들이 만나 먼 타지에서의 친목을 위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들의 잼(Jam)연주를 하면서 지내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음악적 활동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후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위해 일본으로 귀국 후 “Loop Junktion”을 결성하여 2장의 정규앨범과 1장의 미니앨범을 발표하며 일본 인디씬은 물론 국내에서도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관심을 얻으며 활동하였으나 돌연 팀 해체 후 세명의 친구들끼리 “크로마뇽(Cro-Magnon)” 결성하여 다시 태어난다. ‘Loop Junktion’이라는 전자적인 이름에서 “Cro-Magnon”이라는 원시적인 이름으로의 변화(혹은 퇴화) 를 하게 된 이유는 이들의 음악적 본질에 대한 의지가 변화했기 때문으로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Loop Junktion” 시절엔 래퍼인 ‘야마토 da sportsman’가 멤버로 있으며 현재까지도 일본 힙합씬에 활발히 형성되어 있는 일본식 Jazz Rap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었다. “The Roots”의 일본에 대한 응답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었던 밴드였음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본질적인 그루브 음악으로의 회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Loop Junktion” 으로써의 모든 것을 접고 원시적인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는 의미를 담은 “크로마뇽(Cro-Magnon)”으로 팀을 결성, 대망의 데뷔앨범을 2006년에 내 놓는다.
뒤늦게 국내에 발매되는 앨범이지만 그 기다림에 대한 음악적 보상은 결코 뒤늦은 감성으로 전달해 주지 않고 있다. 이미 전문 뮤지션으로써의 오랜 경력과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음악적 역량의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결코 데뷔앨범이라 느껴지지 않는 풍부한 Soul/Funk의 향기와 Disco, House, Jazz, Reggae 등의 혼합과 버무림의 완성도는 흥겨움과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즉흥적인 잼(Jam)연주를 자신들의 음악임을 알리는 짧은 ‘Intro’에 이어져 나오는 앨범의 사실상의 첫곡인 ‘Electric Lady Dance’는 전형적인 Acid Jazz 스타일과 Disco 리듬으로 만들어져 크로마뇽 스타일의 표본을 제시해 주는 듯 하다. 뒤이어 나오는 ‘Gyakushuu No Theme (Cro-Magnon's Revenge Mix)’는 앨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곡중 하나로써 한국어로 “역습의 테마”라는 뜻을 가진, 제목처럼 60, 70년대 스파이 무비와 B급 액션영화의 테마음악 같은 드라미틱한 긴장감과 웅장한 느낌을 “빈티지 피아노인 팬더로즈와 브라스 세션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70년대의 디스코/라운지 그루브의 성격을 가진 “Night Lights”와 ”Galactic Mellow”, “Love Like Bubble”등을 지나 Latin과 Jazz 스타일로의 다양한 조합을 잼(Jam)스타일로 선보인 “Life Traveller”과 “Silent Supreme” 등으로 무난한 진행을 이어간다.
이어 나오는 “Beyond The Summer 2”는 곡명의 느낌과 매우 맞아 떨어지는 Reggae/Dub 곡으로써 건조하고 무거운 톤의 사운드가 Dub의 느낌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표현해 내고 있고, 끈적거리는 아날로그 톤의 전자음이 귀를 자극하는 “Space Love”는 딜레이와 퍼즈 이펙터등의 사용으로 Acid한 느낌을 강조한 Disco 스타일의 곡으로 앨범의 그루브한 긴장감을 이어주고 있다.
정통 Dub사운드를 선보였던 “Beyond The Summer 2”에 이어 환각적 이펙터의 사용과 Disco 그루브을 사용하여 진행하는 또 하나의 Dub “Astro Black”, 끊임없는 연주력을 보여주려는 듯한 Skit 들을 지나 크로마뇽(Cro-Magnon)만의 매력적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그들만의 Disco 해석인 ”Kai-Ho”, 정통 Acid Jazz의 흔적을 담은 “Moon Glow”, 그리고 80년대 신스팝의 스타일을 답습하며 진행되는 Acid jazz 트랙 “Beyond The Summer“를 마지막으로 19곡의 크로마뇽(Cro-Magnon)진화의 긴 과정이 끝난다.
셀프타이틀 앨범으로 나온 “크로마뇽(Cro-Magnon)” 앨범은 너무도 다양한 형태의 그루브 음악들이 “크로마뇽(Cro-Magnon)”이라는 이름 아래서 하나로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있다. Soul/ Funk음악의 단단한 기초 아래서 House, Jazz, Dub, Reggae 의 스타일들을 견고하게 쌓아 올리는 이들의 감각이 앨범 전체에 빛나고 있음을 결코 부정 할 수 없을 것 이다.
자신들의 소속사인 Jazzy Sport Productions의 뮤지션들과 함께 이미 유럽시장에서의 높은 판매고와 평단에서의 인정을 통해 수많은 일본의 선구적인 뮤지션들의 길을 따라가면서 일본음악과 Soul음악의 새로운 입지를 구축해 가고 있는 “크로마뇽(Cro-Magnon)”.
어쩌면 “크로마뇽(Cro-Magnon)”이란 타이틀은 그들 자신의 음악세계를 대변하기 위한 앨범의 셀프타이틀이자 원초적인 Soul적 본능으로 회귀하여 음악시장에 새로운 진화의 모습을 선보이려는 자신들의 정신을 대변하기 위한 이름이 아니었을까?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